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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과 융화의 건축,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제2 연구동은 알바루 시자Alvaro Siaz와 국내의 저명한 건축가 김종규가 함께 설계한 건축물이다. 지하 2층, 지상 3층을 합쳐 총 2만6천㎡에 달하는 이 대규모 건물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지혜의 장과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의미를 담아 ‘미지움’이라 불린다. ‘완전한 우연에서 시작된 중대한 발견’이란 뜻의 ‘세렌디피티’, 그리고 ‘자유로운 소통과 자연과의 융화’를 모티브로, 전면을 개방한 연구 공간에 중정과 고축창을 두어 유입되는 햇빛을 여과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건축주의 의도는 ‘자연과 대지 속에서의 어울림을 고려하는 것이 건축설계에 가장 앞선 가치’라고 여기는 알바루 시자와 뜻을 함께한다. 설계 의뢰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대표가 몇 차례 포르투갈에 방문해 알바루 시자의 작품들을 직접 둘러봤다는 후문도 들린다. 미지움은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소 건물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내부를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술관이나 공원에서도 외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건축물에 담긴 거장의 의중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다.

  • 직선과 곡선의 변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출판단지에는 눈여겨볼 만한 건축물들이 많다. 도시계획 당시 공간에 관한 고민도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곳곳에 훌륭한 건축물들이 넘쳐난다. 책의 도시가 아니라 건축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건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건축주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단지 내에서도 가장 ‘기묘한’ 형태의 건축물인데, 알바루 시자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내 더 놀랄 것도 없다. 건물의 면면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직선과 곡선의 흐름은 익히 봐왔던 그의 시그너처 스타일이기 때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멀리서 보면 네모반듯했던 외벽이 가까이 다가가면 유려한 곡선 형태로 탈바꿈한다. 바닥에 주저앉아 올려다보면 콘크리트 벽면이 마치 강줄기처럼 굽이굽이 휘어 있다. 가급적 맑고 청명한 날 방문하길 권한다. 직선과 곡선의 변주가 빚어낸 면과 면의 그림자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 바다를 그러모은 듯한 레사 수영장
    1966년에 지어진 레사 수영장은 알바루 시자의 초기작으로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 근교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애초 예산과 자연적 요소의 제한이 있었고, (늘 그래왔듯) 독보적인 랜드마크로서의 건축물을 만들기보다 자연에 최대한 융합하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기반으로 해왔던 그였기에 레사 수영장의 설계는 그리 만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장애 요소들이 무색하게 알바루 시자는 자연환경의 한계를 주요 모티브로 삼아 수영장 건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후에 알바루 시자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그의 대표작들을 나열할 때마다 늘 앞서 거론되는 건축물이 되었다. 수영장의 전면은 바다에서 뭍을 향했을 때 온전히 드러나 보이고, 길가에서 접근할 때는 바다로 향하는 콘크리트 복도를 지나야 수영장에 다다를 수 있게 했다. 낮은 층고와 어두운 조도의 실내 휴게실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환한 빛과 함께 바다와 수영장이 나타난다. 콘크리트 벽은 바닷가의 기암과 이음새 없이 연결돼 바닷물과 바람, 모래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해수욕장’이 된다.

  • 자연 속의 운둔자, 안양 파빌리온
    안양시는 몇 년 전부터 ‘공공 예술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질 것을 천명하고 다양한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협업을 진행해왔다. 2005년에 열린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당시 지어진 안양 파빌리온이 알바루 시자가 우리나라에 지은 첫 작품임을 감안할 때, 안양시의 이러한 노력들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 안양시는 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축가의 이름을 빌려 ‘알바루 시자 홀’로 명명했다가 모두를 위한 쉼터(파빌리온Pavilion)가 되길 바랐던 당초 목적에 맞게 ‘안양 파빌리온’으로 바꾸었다. 알바루 시자와 동행하며 그의 새 건축물들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가 페르난도 구에라Fernando Guerra는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촬영한 그의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로 안양 파빌리온을 꼽았다. 뒤로는 관악산, 옆으로는 계곡을 두고 있어 건축물과 그 주변을 둘러싼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시하는 알바루 시자의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완만한 곡선을 이룬 낮은 지붕과 어느 한구석 모나지 않게 디자인한 유선형 창문, 하얀 노출 콘크리트 외벽을 지닌 이 건축물은 마치 자연 속에 묻힌 은둔자 같아 보인다.

    절벽 아래의 조각품, 이베레 카마르고 재단 미술관
    브라질의 이베레 카마르고 재단 미술관은 2007년에 완공된 지역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국내에 지어진 알바루 시자의 건축물들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프로젝트로, 이때의 시자 건축물들과 비교해보면 서로 닮은 구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이베레 카마르고 재단 미술관의 설계 역시 자연 요소의 제한으로 인해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가파른 절벽과 복잡한 고속도로, 그리고 강을 사이에 둔 지형 요소를 고려해 설계를 완성하는 일은 그 스스로도 ‘버거웠다’고 표현할 정도의 난제였다. 그러나 절벽을 마주한 면은 반듯하게, 고속도로를 마주한 면은 세 개의 경사진 통로를 건물 외부로 내어 다소 거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도로 쪽으로 난 외부 통로와 실내 유선형 창에서는 도시 경관이 한눈에 내다보이도록 설계했다. 내부는 완만하게 높낮이를 달리한 바닥으로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게 했으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처럼 곡선과 직선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면과 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사, 사진제공|<더갤러리아>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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