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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IFELONG FRIENDS

누군가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배용희 대표의 목표다. 일생을 함께하는 물건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가장 아끼는 물건들’ 이야기.

기사, 사진제공 | 더갤러리아

‘호랑’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호랑, 그리고 대표인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호랑은 ‘일상을 위한 오브제를 만들다’라는 가치관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물건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새로운 물건은 늘 자극적이지만, 좋은 물건은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내 삶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오랫동안 사랑받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지키며 우리나라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오브제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프로젝트는 어떤 작업인가?
얼마 전 이광호 작가와 협업한 커틀러리 라인을 출시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팬이기도 해서 운 좋게 작가님과 연이 닿았을 때 정말 기뻤고,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후 선보였다.

호랑 론칭 전에도 인테리어 용품을 수입하는 등 리빙 & 라이프스타일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다.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인테리어를 눈여겨보고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담긴 칼럼 등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오브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가장 존경하는 이사무 노구치 디자이너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가 남긴 아름다운 작품들에 매료돼 이후 일본은 물론 유럽의 빈티지 오브제들에도 관심이 갔다. 귀국 후 한국에서 빈티지 가구를 다루는 MK2 쇼룸에 방문했는데, 거기서 다양한 오브제 혹은 조명 등을 구매하면서 본격적으로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호랑이라는 브랜드를 준비해 론칭하고,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된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호랑 이전에 ‘파운드오브제’라는 숍을 오픈해 해외 여러 나라에서 바잉한 오브제들을 판매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해외 물건들만 소개하는 데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이런 것들과 견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러다 아버지의 권유로 오랫동안 칼과 양식기(커틀러리)를 생산하는 장인 분들을 만나게 됐다.
두 분 다 40년 가까이 그 분야에 일생을 바친 분들이기에 엄청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해외 브랜드들의 포지션에 밀려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던 것이다. 단적으로 1980년대만 해도 현재 호랑 제품을 제작하는 동네에 30여 곳이 넘는 커틀러리 제작 회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2~3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2년여의 시간을 브랜딩에 투자한 끝에 호랑을 론칭하게 됐다. 급하게 만든 게 아닌, 사소한 것 하나까지 깊이가 전해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 현재 한남동에 거주하고 있다. 살고 있는 곳은 어떤 점을 중점으로 꾸몄는지 궁금하다. 다른 것보다 정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너무 화려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절제된 스타일로 쉴 땐 쉬고, 업무를 볼 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음악 듣는 걸 특히 좋아해 거실을 음악 감상하기 편하게 꾸몄다.

    혹시 특별히 좋아해 자꾸만 사 모으게 되는 아이템이 있나? 그렇다면 이유는?
    인테리어 오브제 중 조명을 정말 좋아한다. 실험적이면서도 굉장히 미니멀한 디자인의 조명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또 책을 사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도쿄에 살 때 진보초라는 동네에 있는 빈티지 아트 북 서점에 자주 들러 책 구경하는 시간을 즐기곤 했다.

    일 외에 가장 흥미롭게 하고 있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지?
    LP 음반을 모으고 듣는 걸 즐긴다. 좋아하는 레코드 바에 자주 가서 음악 감상을 하기도 하고, 최근엔 레트로 게임에 빠져 게임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 곧 세상에 소개될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호랑에서 또 다른 라인의 커틀러리 제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호랑의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궁극적으로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공간의 이상향이 있을까? 세월이 좀 더 흐르면 나는 ‘이런 공간을 이렇게 갖추고 살고 싶다, 혹은 일하고 싶다’ 하는.
    산과 바다,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것. 언제나 느끼지만,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변화를 온전히, 그리고 천천히 느끼면서 그곳에서 비롯된 새로운 영감으로 건강하게 사는 게 내 꿈이다.

  • 1. 도쿄 유학 시절 너무 비싸서 선뜻 구매하지 못했던 책. 30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갖게 되었다. 특히 내가 태어난 1988년도의 이슈를 구매해서 더욱 아끼는 중. 2. 침대 옆에 놓을 사이드 조명을 찾다가 발견한 제품. 매우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3. 1979년에 제작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매킨토시사의 앰프. LP로 음악 듣는 게 좋아지면서 구매하게 됐는데, 이 앰프를 구하기 위해 용산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4. MK2 대표님의 추천으로 구매한 스위스의 빈티지 조명. 오브제 숍을 운영할 때부터 매장 분위기를 책임지던 녀석이다. 5. ‘en o p’라는 가죽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한정 컬러 트레이. 색감과 형태가 예쁘게 마무리돼 기억에 많이 남는다. 6. 한남동에 이사 오면서 가장 먼저 마련한 자전거. 국내에선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서 도쿄까지 가서 공수해왔다. 7. 소리 야나기가 디자인하고 텐도사에서 출시한 나비 모양의 스툴. 8. 뮤지엄 아카이브(Ma)의 크리스털 문진. 크리스털을 가장 미니멀하고 아름답게 전개하는 브랜드로, 최근 출시한 이 문진이 너무 맘에 들어서 잘 어울리는 책과 함께 디스플레이했다. 9.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한 아카리 36N 조명. 제작업체에 오더를 넣고 무려 4개월여 만에 받은 제품이다. 이렇게 큰 걸 도쿄에서부터 열심히 들고 와서 더욱 애정이 가는 물건.